아차, 또 틀렸다. 거울에 비친 나의 보행 준비 자세를 보며 팔과 다리가 맞나 고민하는 순간 안광욱 선생님이 바로 캐치하여 알려주신다. 걷기집중반 수업에서 상응하는 팔과 다리의 좌우를 자주 틀려 지적을 많이 받고는 했다.
안광욱 선생님께서는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팔을 안 쓰고 걸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손발 리듬을 몰라서 틀리는 거예요."라고 설명해 주셨고 나는 격하게 공감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내 마음은 우울하고 나 자신이 부족한 존재라고 느꼈다. 그래서 땅을 쳐다보며 웅크린 자세로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기 일쑤였다. 또한 비염, 난임, 목과 허리디스크, 불면과 만성피로로 점차 지쳐갔다.
24년 2월, 서울시민대학에서 안광욱걷기약발연구소 소속 안아라 팀장님의 '이제 진짜 걷기를 배울 시간'이라는 2회짜리 강의를 듣게 되었다. 팔다리를 쭉쭉 뻗으며 걷는 것 자체로 경락을 자극해 치유적 걷기를 할 수 있다는 말에 걷기에 관심이 생겼다. 물론 안아라 팀장님의 걷기 자세도 너무 탐이 났다. 그러나 당장 3월부터 강원도 홍천으로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함께 농촌유학을 가게 되어 안광욱걷기약발연구소가 있는 양재는 너무 멀게 느껴졌다.
홍천에서 아이의 심리적인 문제와 직장의 파산으로 힘들어졌던 24년 11월, 안광욱걷기약발연구소에서 보낸 걷기콘서트 개최 문자를 보고 용기를 냈다.
'내가 이 시기가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걸 배워보겠어?'라며 걷기 연구소에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고 첫 삽을 떴다. 이후 평일 수업을 들으며 나의 고질적인 문제를 알게 되었다.
서기 자세에서는 무릎이 과도하게 펴지는 백니 현상이 발생하고, 골반이 전방 변형되어 배는 앞으로 나오고 허리는 과도하게 긴장한다.
신발의 바깥쪽 면이 닳는 것을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그것은 내가 발의 바깥면으로만 땅을 딛고 오른쪽 발이 상대적으로 약간 더 팔자로 방향이 벌어져서 걷기 때문이었다. 무릎도 다 펴지 못하고 걷는 내내 구부러진 채로 걷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지 못하고 아래로 향한 채 거북목으로 어깨를 웅크리고 걷는다. 파워워킹을 한다는 명목하에 팔을 펴지 않고 구부린 채로 앞으로만 뻗었다.
평일 걷기 수업을 통해 평소 나의 걷기 자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제대로 걷기의 가치를 확신하게 되었다. 그렇게 걷기집중반까지 수강할 수 있게 되어 남편에게 토요일마다 아이들을 부탁하고 연구소로 향했다.
3월부터 시작된 집중반은 활기찼다. 머리부터 목, 척추, 허리, 다리까지 근육이 뭉쳐있던 나는 첫 시간에 공풀이라는 마사지 볼을 이용한 자가 교정 방법을 배우고 집에서 혼자서 근육을 풀고 관절을 교정할 수 있다는데에 매료되었다.
평상시 우측 골반과 고관절이 좋지 않았는데 공을 선추에 대고 문지르니 골반과 고관절 전체에 뻐근한 통증이 올라왔다. 손으로 받던 마사지로는 알지 못했던 통증의 포인트를 발견하고 매일 공풀이를 하니 점차 통증이 줄어들었다. 나는 바로 연식 야구공을 구입해서 근골격계 통증이 심한 남편에게도 알려주었다.
마침 아이의 초등학교 딸기 따기 체험에 동행했는데 교무 선생님이 허리 통증으로 잘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보고 공풀이를 알려드렸다. 야근으로 온갖 근육통에 시달렸던 선생님도 너무 시원하고 좋다며 다른 선생님에게도 교육할 수 있는 연수를 잡아 보자고 하셨다.
집중반 과제로 내가 걷기 강사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강의계획서도 써보았는데 홍천 지역에 있는 어르신들이나 자세가 좋지 못한 아이들에게도 제대로 걷기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기대해 보았다.
집중반 수업은 6시간 정도여서 알차게 소화할 수 있을지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몸으로 배우는 실습 시간이 많았고 신체에 대한 이론 설명, 그리고 발을 이용한 교정술인 상생약발 실습으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수면시간이 적어 피곤한 와중에도 집중반 수업 이후에는 오히려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안광욱 소장님이 발 내측 지지 보행의 중요성을 발 반사구를 통해 설명해 주셨는데, 발은 모든 신체 부위와 연결되어 있어 전신의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리모컨에 해당하며 따라서 발의 바깥쪽으로만 체중 지지를 하며 걷는 사람이 발 내측으로 체중을 이동시켜 보행을 하면 그동안 외면받았던 장기 반사구들이 자극되어 건강관리가 가능하다고 하셨다.
나는 5월에 우연히 동네에서 발 마사지를 받았는데 마사지를 해주신 선생님이 내 갑상선에 문제가 있다고 말씀하셨고 며칠 후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유전자 검사상 갑상선암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초음파 검사에서도 갑상선 결절이 발견됐다.
집중반 수업 시작 전 경험 나누기 시간에서 이 이야기를 하니 소장님께서는 제대로 걸으면 갑상선 기능이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조언해 주셨다.
집중반에서는 초기 평가를 통해 올바른 자세와 걷기를 위한 개인별 숙제가 주어진다. 또 수업 중간중간 동영상을 찍어 아주 느린 속도로 재생해가며 서로의 모습을 평가한다. 영상을 보면 평상시 걸을 때에는 눈치채지 못한 잘못된 습관들을 발견하게 된다.
한 발 서기 훈련을 할 때에는 평소 우측 다리로 체중을 지지하는 시간이 긴 편인지 전반적으로 우측 다리에 통증이 나타나고 저림 현상도 있었다. 반면 좌측 다리의 근육은 약해져 있었고 균형을 잡는 능력도 떨어졌다.
지형에서의 올바른 걷기를 배울 때에도 나의 약점들을 하나씩 파악할 수 있었다. 계단은 항상 빨리 내려가기만 했는데 아주 천천히 동작을 쪼개어 내려가 보니 좌측 무릎이 90도 이상 구부러지면 슬개골 통증으로 잘 버티지 못하고 엉덩이가 뒤로 빠졌다. 또 평지에서는 발 내측 체중 지지를 잘 습득했지만 경사로나 계단에서는 평상시 습관대로 외측 지지를 하는 버릇이 나오기도 했다.
경사로를 내려갈 때에는 발등을 최대한 천천히 내려야 산을 내려가는 속도를 조절할 수가 있어 안전한데, 발등을 들어 올리는 근육이 약해 발등이 힘없이 내려왔다.
무엇보다 굽은 등과 말린 어깨 탓에 팔을 뒤로 스윙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같이 배우는 수강생들과 소장님도 내가 잘하는 부분을 눈여겨보시고 칭찬하셨지만 다른 이들도 집중반을 듣는다면 알게 될 것이다. 교육장 벽에 붙어있는 전신 거울은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너무나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좌절감이 드는 위기의 순간마다 함께 수강하는 연구소 직원분이 쉽게 코칭 해주면서 본인은 처음 수강할 때 정말 엉망이었지만 반복 연습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된다는 위로를 해주시기도 했다.
항상 아래를 보던 내 시선을 올려주시고 세밀한 문제점을 짚어 주셨던 멋쟁이 김광택 강사님.
개별 숙제를 내주시고 강의계획서를 피드백해 주셨던 안아라 팀장님.
나보다 연장자이지만 귀여운 모습으로 무릎이 좋지 않은 와중에도 나와 함께 끝까지 최선을 다하신 수강생분, 그리고 다른 수강생분들도 집중반이 끝나더라도 멋지게 걷고 있으리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자녀 양육으로 힘들어하는 내게 아이의 체질과 양육 태도에 대해 조언해 주시고, 대한민국에 제대로 걷기를 알리기 위해 애쓰고 계신 안광욱 소장님. 지금이라도 소장님과 인연이 닿은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사실 집중반 기간 동안 개인적인 일들로 스트레스가 매우 심했기에 그래도 나와 우리 가족이 무사히 이 과정을 마칠 수 있었던 것에 무엇보다 감사하다. 솔직히 12주 만에 완벽하게 나의 문제들을 고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나와 가족의 일상에서 치유할 방법을 배웠기에 너무 소중한 경험이었다.
집중반 수업에서 경험한 약발에도 매료되어 이어서 개강하는 상생약발 전문가 과정도 등록했고, 언젠가 집중반에서 만난 수강생들과 또 재수강으로 만나서 서로의 변화된 모습을 즐겁게 이야기할 날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제는 나 자신을 믿고 앞을 보며 날아가듯 스윙하며 걸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