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살 즈음이었다.
디자인 전공 과제 마감을 앞둔 어느 날, 연달아 며칠 밤을 새워 작업하다가 허리에 담이 심하게 왔다. 앉아있어도 누워있어도 그 어떤 자세를 취해도 날카로운 허리 통증이 줄어들지 않아 보름 이상 고생을 했을 때에도 나는 그냥 과로하면 허리가 아픈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20대부터 이미 허리와 목의 초기 디스크 증상과 승모근의 과긴장으로 인하여 등과 어깨통증까지 나타났다. 전공이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하는 것이 매일의 일상이었다. 함께하는 동료들과 때로는 경쟁적으로, 또 때로는 동료의식으로 밤샘 작업을 하면서 서로 비슷한 통증 증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척추와 관절 통증을 그냥 숙명적인 직업병쯤으로 여겼다. 남들은 오십견인데 우린 이십견이라며 같이 웃고 넘겼던 기억이 난다.
서른 살부터 많은 강의와 디자인 회사 일을 무리하게 병행하면서도 난 타고난 체력을 과신했다. 밤샘 작업을 할 때면 건장한 20대 청년들보다도 몸 상태가 좋아서 스스로의 체력과 정신력을 자산으로 여겼다. 나는 내 몸을 혹사시키면서도, 그렇게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 것이 삶에 대한 열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40대 초반에 눈과 안면, 두피로 대상포진이 왔다. 나 같은 케이스는 실명의 위험이 있다고 해서 서울대학병원에서 4개월 동안 안과, 통증의학과에서 오가며 통원치료를 했다. 나는 그 와중에도 물집이 돋은 한쪽 눈과 얼굴의 반을 큰 거즈로 가리고 강의와 일을 쉬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름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에 신경을 썼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웨이트와 필라테스 PT를 각 2회씩 총 주 4회 했다. 필라테스 선생님이 근육긴장도가 너무 높다며 근막 이완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셔서 1회에 2타임으로 늘리기도 했지만 운동시간이 늘어난 만큼 더 바쁘기도 했었고 실제로 컨디션의 회복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렇게 5년간, 그냥 몸에 좋다는 운동이니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건강해지겠지 했는데 허리에 온 담이 잘 풀리지 않아 MRI를 찍어보니 허리디스크 파열이었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 소개받았던 여러 재활 운동과 도수, 카이로프랙틱을 통해 나는 개선 효과보다는 많은 부상을 경험했다. 몸의 정렬이 틀어진 상태여서인지 재활 PT 때 스쿼트를 했는데 다음날 갑자기 무릎이 시큰하게 아프고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좀처럼 증상이 없어지지 않아 재활의학과를 갔는데 슬개대퇴증후군(스쿼트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운동 초보도 아니었고 운동 선생님도 경험 많은 재활전문가였는데 당황스러웠다.
재활 필라테스 수업에서 수기로 근막 이완을 하는 과정에서 대퇴직근을 너무 많이 풀어버려서 오른쪽 무릎관절이 더 악화되었다. 좀 오랜 시간 서있고 무리를 했던 어느 날, 무릎이 점점 더 붓더니 밤이 되니 오른 다리를 질질 끌고 걸어야 할 정도가 되었다. 한 2주가 지나고 무릎 붓기와 열감은 좀 가라앉았지만 계단을 할머니처럼 옆으로 몸을 돌려서 한 칸씩 천천히 내려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런 내 상태를 본 지인의 소개로 카이로프랙틱 치료를 받게 되었다. 일주일에 3번, 10주 정도 받은 다음날, 재활 PT 수업 도중에 허리를 앞뒤로 당기고 밀 때마다 천추 근처에서 갑자기 딱딱 튕기는 소리가 났다.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한 8년이 무색할 정도로 내 몸의 상태는 좋아지기보다는 새로운 통증들이 나타났고 해결책이 없이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나와 비슷한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선배 언니가 걷기 수업을 배운다고 했을 때 이젠 하다 하다 걷는 것까지 학원을 다녀야 하냐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냥 웃어넘기기엔 20대에도 허리가 안 좋아 자세가 구부정했던 언니의 걷는 자세가 눈에 띄게 좋아져 연구소를 알아보게 되었다.
그렇게 걷기 주중반을 시작하게 되었고 4개월 정도 꾸준히 수업과 교정, 약발을 받으면서 몸이 조금씩 좋아지는 걸 느꼈다. 같이 수업을 들으시는 걷기 집중반 선배님들이 여러 번 추천하셔서 생각지도 않았던 집중반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6시간 수업 시간 자체가 내 체력에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집중반을 하면서 체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소장님의 권유에 기대감을 가지고 입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매주 나의 몸 상태에 최적화된 개인 맞춤형 과제는 집중과정에서 가장 핵심이었던 것 같다. 언제 좋아질지 모르는 막막함 가운데 많은 부상을 경험하게 했던 운동, 치료와는 다르게 여러 선배들의 수강 후기와 생생한 경험담을 들으면서 무엇보다 치유의 확신을 가지고 매진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부상의 위험이 적고 점진적인 회복을 경험하면서 생활 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기주도적인 운동이라는 점에서 특별했던 것 같다.
하루하루 집중해서 솔루션을 수행하면서 물론 힘들기도 했지만 주차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명현반응을 통해 내 몸을 더 잘 관찰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8년 넘게 경험한 여러 개인 운동 선생님과의 운동시간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수업 시간에는 집중해서 잘 따라 하더라도, 늘 일상 자세를 바르게 하고 틈틈이 배운 동작을 집에서도 하라고 말씀하실 때 (몇 번 정도는 해봤지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강한 동기와 의지가 없었고 궁극적으로 생활습관 자체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를 보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또 재활전문 운동, 치료 선생님들과 부상을 경험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 회의적이었고, 또한 나의 몸 상태에 맞추려면 운동에 제약이 많아 근력을 키울 정도의 강도로 운동을 지도하실 수 없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것이 아까울 정도로 땀을 흘리며 운동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냥 체질이려니 했는데 걷기 수업과 집중과정 솔루션을 수행할 때마다 땀이 나고 충분히 운동이 되는 것을 느꼈고 그동안 주 4회 이상 아무리 운동해도 근육이 약했던 복부와 엉덩이가 눈에 띄게 정리되고 근육이 생기는 걸 느꼈다. 무릎의 통증도 많이 줄고 천추 근처에서 나던 소리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정도로 좋아졌으며 천추와 미추 부분에 없었던 생리적 커브가 생기게 되어 신기했다. 오랜 체기와 수면장애도 현저히 줄면서 정말 소장님 말씀대로 삶에 좋은 에너지가 생기고 체력과 근력이 좋아졌다.
내 건강 관리의 진정한 솔루션을 찾았다는 것이 집중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기쁨이다. 매주 숙제 검사를 받지 않아 느슨해지기 쉬울 테지만, 꾸준히 주중반 수업을 들으며 산행 걷기도 주 2~3회씩 하면서 더욱 회복에 매진해 볼 생각이다.
나 혼자만의 건강 관리 비법 발견에 그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제대로 걷기를 배우고 가르치고 실천해가면서 더욱 건강하고 의미 있는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가고 싶다.
